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뼛속까지 뚫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추운 날, 이불 속에서 장판 틀어놓고 귤이나 까먹으며 독서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따뜻한 실내에서 겨울 한파를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책 3권을 소개합니다.
《설국 雪國》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첫 문장이 일본에게 첫 노벨문학상을 선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첫 문장이 정말 유명한 소설입니다.
일본의 눈 내린 지방이 소설의 배경이기도 하고 겨울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새하얀 눈의 심상이 떠오릅니다. 소설을 읽으며 설국의 정경을 떠올리다 보면 매서운 한파로 인해 싫어졌던 겨울은 온데간데 없고, 겨울의 아름다운 모습만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주제 같은 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배경 묘사가 일품인 소설이라서 서정성과 회화성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 더 큰 여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자 : 가와바타 야스나리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줄거리
도쿄의 중년 남성 시마무라는 일본 북부의 눈 덮인 온천 마을로 여행을 떠납니다. 기차에서 만난 신비로운 여성 요코의 모습에 매료된 그는 마을에 도착해 이전에 만났던 게이샤 고마코와 재회합니다. 고마코는 시마무라를 깊이 사랑하며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가정이 있었던 그는 그녀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시마무라는 요코와도 얽히며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 관계 역시 발전하지 못한 채 끝납니다. 고마코는 시마무라와의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그들의 소통은 단절되고 한계를 넘지 못합니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불길 속에서 요코가 쓰러지고 고마코가 그녀를 붙잡으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동일한 책입니다.
"따뜻해졌군. 영하 18도쯤 될 걸. 벽돌 쌓기에 좋은 날씨야"
역시 추위와 한파하면 러시아 아니겠습니까. 시베리아의 혹한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소련의 정치범수용소 굴라그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시베리아의 강추위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수용소 수감자들의 생활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가끔 강원도가 시베리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일때가 있어 K-한파에 적응한 우리들은 우스워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위에 소개된 주인공 슈호프의 대사처럼 영하 18도가 따뜻하다고 할 정도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안가는 수준이긴 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수감자들이 얼마나 춥고 힘든 하루를 보내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합시다. 자, 우리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시베리아 한파를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 저자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줄거리
스탈린 치하 소련,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억울한 이유로 수용소에 수감되어 추운 날씨, 열악한 식사, 고된 노동 속에서 생존합니다. 그는 자신의 의복을 보살피고, 음식을 아끼며, 동료들과 협력하며 하루를 버팁니다. 수용소에서는 작은 성취가 큰 의미를 가지며, 슈호프는 건축 작업에서의 몰입이나 배급받은 음식에서 작은 기쁨을 느낍니다.
- 주제
억압 속에서도 인간이 잃지 않는 존엄성과 생존 본능
수용소에서의 하루의 기록을 통해 전체주의 체제의 비인간성 폭로
《야성의 부름》
그 하얀 것은 벅으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눈이었다.
새하얀 눈밭, 얼음, 그리고 김상덕하면 떠오르는 이곳. 알래스카로 떠나보죠.
《야성의 부름》은 개가 주인공인 특이한 소설입니다. 저자인 잭 런던은 니체의 위버맨쉬(초인) 사상과 다윈의 진화론 사상에 영향을 받아 이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이 사상들은 주인공 벅의 견(犬)생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벅이 알래스카의 "통"으로 발돋움하는 과정 속에서 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알래스카에서 살게 된 벅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하는지를 살피다 보면 어느새 소설 최종장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는 우리의 위대한 벅을 보며 K-한파 따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을 길러보면 어떨까요? 우리 그래도 개보단 나은 사람이 되어보자구요..!
- 저자 : 잭 런던 (미국 소설가)
- 줄거리
캘리포니아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애완견으로 살던 벅은 도둑에게 납치되어 북부의 골드러시 열풍이 한창인 알래스카 클론다이크로 팔려갑니다. 그는 썰매 개로 혹독한 노동과 추위를 견디며 점차 야생의 본능을 깨닫게 됩니다. 벅은 다양한 주인을 거치며, 인간의 잔혹함과 야만성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지막 주인 존 손턴과 깊은 유대를 형성하며 인간과의 진정한 교감을 느낍니다. 손턴의 죽음 이후, 벅은 완전히 야생으로 돌아가 늑대 무리와 합류하며 자연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완전히 받아들입니다. 궁극적으로, 벅은 문명의 윤리와 도덕으로 판단할 수 없는, 그 누구도 구속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 주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며 발전하는 초인적인 모습의 위대함
이상으로 다가온 한파에 읽어볼 만한 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의도치 않게 모두 민음사에서 출판한 책을 기준으로 소개를 했네요!
우연의 일치일 뿐, 민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관계자 분들 전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재밌는 소설책들과 함께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라며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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